선수들은 펀드 수익률만 보지 않는다
[머니투데이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머니위크]민주영의 펀드 투자학]
만일 앞에 무엇인가가 각각 100개와 10개가 있다면 어떤 것을 선택할까? 일반적으로 100개가 있는 것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100개는 별 쓸모가 없는 돌덩어리이고 10개는 금 덩어리 개수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처럼 단순한 수치만으로는 의사결정을 내리기에 부족한 면이 많다.
펀드 역시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5년간 누적수익률은 같지만 한 펀드는 꾸준하게 성과를 올린 데 반해 또 다른 펀드는 수익과 손실 사이를 한껏 오르내렸다면 어떤 펀드를 선택할까? 당연히 꾸준하게 수익을 낸 펀드를 선택할 것이다.
투자에서 위험이란 수익률의 변화 정도를 말한다. 수익률의 등락이 크면 위험이 크다고 하고 변화가 작으면 위험이 작다고 할 수 있다. 특정 기간 동안 동일한 수익률을 달성한 두 가지 포트폴리오가 있다면 일반적으로 수익률의 오르내림이 낮았던, 즉 투자위험이 낮은 포트폴리오를 선호할 것이다.
표준편차는 펀드의 절대적인 위험수준을 나타내는 척도로서 가장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지표다. 즉 일정 기간 평균수익률보다 얼마나 수익률이 변동됐는가를 나타낸다. 어떤 펀드가 4년간 연 3%의 성과를 올렸다고 치자. 이 펀드의 평균수익률은 3%이며 표준편차(연간)는 0이 된다. 이는 매년 변함없이 3%의 성과를 올렸기 때문이다.
반면 또 다른 펀드는 지난 4년 중 각각 -5%, 17%, 2%, 30%의 성과를 올렸다면 평균수익률은 11%가 될 것이다. 하지만 매년 평균수익률로부터 위 아래로 등락을 거듭했기 때문에 표준편차는 상대적으로 더 높다. 따라서 후자의 펀드가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만일 평균수익률이 5%이고 표준편차가 20%라면 수익률은 -15%~+25% 범위 내에서 변동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표준편차가 일정 기간 동안 펀드수익률의 격차를 가지고 변동성을 측정한 것이라면 베타는 인덱스(Index)나 벤치마크(Benchmark)와 비교해 변동성을 측정한 수치다.
즉 펀드 수익률이 벤치마크나 인덱스 변동에 대해 어느 정도 민감한지를 나타낸 것이다.
펀드의 베타가 1에 가깝다면 펀드 성과는 인덱스나 벤치마크와 유사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베타값이 1보다 크다면 인덱스나 벤치마크보다 펀드 수익률이 더 가파르게 움직인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어떤 주식 펀드의 베타값이 2.4라면 주가 지수보다 2.4배 더 변동됐음을 뜻한다. 즉 주가지수가 10% 올랐다면 펀드 수익률은 24% 올랐음을 의미한다.
특정 펀드의 알스퀘어(R2, R-square, 결정계수)는 베타값이 적합한 벤치마크로 계산된 것인지를 설명해주는 수치다. 알스퀘어는 1과 0사이에서 계산되는 데 만일 알스퀘어가 1이라면 펀드의 베타값은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알스퀘어가 0에 가깝다면 부적합한 벤치마크를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베타값은 의미를 갖지 못한다. 만일 채권펀드의 베타값을 주가지수를 기준으로 계산했다면 알스퀘어는 낮게 나올 것이다.
이러한 위험 수치들을 감안하여 펀드의 수익률을 다시 계산한 것으로 샤프지수, 트레이너, 정보비율, 젠센알파 등이 있다. 모두 외국에서 개발된 것이어서 용어가 조금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어떤 의미인지 정도만 이해한다면 펀드 선택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샤프지수는 펀드 수익률에서 무위험 수익률을 빼고 난 값을 펀드 위험으로 나누어 계산한다. 여기서 무위험 수익률이란 투자 위험을 부담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수익률로 부도 위험이 없는 국채 수익률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등을 말한다. 그리고 펀드 위험은 표준편차를 이용한다. 결국 샤프지수란 위험 한 단위당 무위험보다 초과해 올린 수익률이 얼마인지를 나타낸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샤프지수가 높을수록 투자성과가 우수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트레이너는 샤프와 비교해서 분모가 다르다. 샤프지수가 위험측정을 표준편차로 사용한 데 반해 트레이너는 시장위험인 베타를 사용한 평가척도이다. 즉 충분히 분산 투자함으로써 어떤 종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른 수익률 변동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시장위험 1단위당 얼마나 무위험자산보다 초과해 수익을 올렸는지 나타낸 수치다. 샤프지수와 마찬가지로 높을수록 우수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트레이너 척도는 수많은 자산집단에 광범위하게 분산 투자한 대규모 연기금 등이 활용하기에 적합한 평가척도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분산 투자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트레이너 척도보다는 샤프지수를 더 많이 사용한다.
정보비율(IR)이란 펀드 수익률에서 종합주가지수나 채권지수와 같은 벤치마크의 수익률을 차감하고 펀드 수익률과 벤치마크 수익률 간의 추적오차로 나눠서 계산한다. 여기서 추적오차란 투자 기간 동안 펀드 수익률과 벤치마크 수익률이 얼마나 차이를 보이면서 운용됐는가를 나타낸 값이다. 결국 정보비율이 높으면 펀드 성과가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정보비율이란 벤치마크 초과 위험 한 단위당 얼마만큼의 벤치마크 초과 수익률을 올렸는가를 나타낸 수치다. 오늘날 펀드 운용은 무위험 자산을 초과하려고 하기보다는 코스피지수와 같은 시장지수를 벤치마크로 해서 이를 초과하기 위해 운용한다는 점에서 샤프나 트레이너보다 정보비율이 보다 진일보한 척도라고 할 수 있다.
젠센알파는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얼마나 잘 선택해서 운용했느냐를 나타낸 평가 척도라고 할 수 있다. 펀드 수익률을 분리해보면 주가를 예측해 주식편입비 조정을 통해 올린 성과와 저평가된 종목을 잘 골라서 얻은 성과로 분리할 수 있다. 이 중 종목선택 능력만을 나타낸 것이 바로 젠센알파다. 이 역시 알파값이 높을수록 우수한 펀드라고 할 수 있다.
펀드의 각종 평가수치를 보면 수익률, 샤프지수, 정보비율 등이 동일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보비율로 평가했을 때는 1등인 펀드가 막상 샤프지수나 수익률은 1등이 아닐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위험요소의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샤프지수는 변동성을 싫어하고 안정성을 중요시 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정보비율은 주식과 채권 등으로 전체적인 자산배분을 한 다음 특정 펀드에 체계적으로 가입한 투자자에게 맞는 기준이다. 이러한 수치들은 운용사나 펀드평가사 사이트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수치들만으로 펀드를 고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샤프지수니 정보비율이니 하는 모든 평가 수치가 결국은 과거의 펀드 수익률을 바탕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잠시 연말에 베스트펀드로 뽑혀 주목 받았던 펀드가 다음 해에서는 곧 잊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펀드시장이 아직까지 역사가 충분치 않다는 점도 한계다. 결국 투자할 펀드를 고를 때 사용하는 여러 가지 변수 중 하나로 활용할 수 있을 뿐 절대적인 기준일 될 수 없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
민주영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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